'AI 속도 조절론'이 불러온 변동성, 반도체 '블랙 먼데이'인가 아니면 '수익화의 신호탄'인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제안한 AI 개발 속도 조절에 뒤이어 9월 14일 한국 증시와 미국 지수 선물이 함께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 조정을 놓고 AI 지출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불거졌다는 시각과, 개발 속도가 늦춰져도 인프라 투자는 계속된다는 시각이 갈린다고 전했다.

정정 (2026년 10월 3일): 원래 1분기 설비투자 7,250억 달러를 톰스하드웨어가 집계했다고 썼으나, 집계 주체는 파이낸셜타임스여서 고쳤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가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제3자 안전평가를 상시로 붙이자고 제안했다. 업계 전체의 속도 조절을 요구한 것이다. 샘 알트먼(Sam Altman) OpenAI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동조했다. 이 제안이 나온 지 이틀 뒤인 9월 14일,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미국 3대 지수 선물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 개장 전인 9월 13일 기사에서 월요일 초반 매도세가 반도체주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이를 속도 조절 제안 하나 때문으로 보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도 두 가지로 나뉜다고 전했다. 하나는 AI 지출이 실적으로 정당화되는지에 대한 오래된 의구심이 다시 불거졌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 속도가 늦춰져도 인프라 투자는 계속된다는 시각이다.
9월 14일 오전 삼성전자가 3.8%, SK하이닉스가 5%대 하락했다. 코스피도 한때 3.6%까지 밀렸다고 야후 파이낸스(스톡트윗츠)가 전했다.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다소 줄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57분 기준 코스피는 6,673.63으로 전 거래일보다 236.28포인트(3.42%) 낮았고,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로 대응했다.

미국 지수 선물도 같은 시각 일제히 밀렸다. Investing.com에 따르면 다우존스 선물은 0.12%, S&P500 선물은 0.51%, 나스닥100 선물은 1.28% 내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100 지수는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4% 이상 낮다. 미국 반도체 관련주 지수는 14%, 아시아 기술주는 약 8% 밀린 상태다. 하루 치 낙폭이 아니라 6월 고점 이후 석 달 가까이 쌓인 하락폭이다. 9월 15~16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베팅이 굳어지고 9월 들어 전 세계 차입 비용이 오른다는 전망도 겹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하락에 회의적인 목소리는 아모데이의 에세이보다 앞서 나왔다.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제임스 라일리(James Reilly)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는 에세이가 나오기 이틀 전인 9월 10일 보고서를 냈다. "대부분의 지표가 AI 주식 붐이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썼다고 CNBC가 전했다.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도 8월 21일 AI 인프라 확충이 2008년 금융위기 구조를 닮았다고 경고했다고 247wallst.com이 보도했다.
속도 조절의 명분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악관에서 AI·암호화폐 정책을 자문했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자신의 X 계정에 "속도를 늦추려는 동기가 순수하게 이타적인 척은 그만두라"고 적었다. 반독점 평론가 매트 스톨러(Matt Stoller)는 "프런티어 속도 조절에 앤트로픽과 OpenAI의 취소는 들어 있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텔레그래프가 함께 전했다. 한편 OpenAI는 2026년 1분기 매출 57억 달러에 현금소진 37억 달러를 냈다고 Investing.com이 전했다. 앤트로픽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14배인 115억 달러로 늘며 처음으로 조정영업이익 흑자를 냈다고 야후 파이낸스(블룸버그 인용)가 보도했다.
반대로 인프라 투자는 이번 조정과 무관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빌리 렁(Billy Leung) 글로벌X매니지먼트(Global X Management)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세 최고경영자가 속도 조절에 합의해도 칩과 전력,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 자체는 바뀌지 않고 오히려 개발 기간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상업화와 채택이 계속 느는 가운데 새 역량의 속도가 느려지면 짓는 데 쓰던 돈에서 이미 지어진 것으로 돈을 버는 쪽으로 옮겨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게리 탄(Gary Tan)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Allspring Global Investments)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단기적인 압박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AI 투자 흐름을 궤도에서 이탈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AI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차루 차나나(Charu Chanana) 삭소마켓츠(Saxo Markets) 최고투자전략가는 안전장치 강화가 사이버보안과 AI 모니터링 투자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모리·네트워킹·냉각·전력 장비 업체는 보호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컴퓨팅 수요와 AI 채택은 추가 안전장치가 도입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 4곳의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을 모두 더하면 전년보다 77% 늘어난 약 7,250억 달러라고 톰스하드웨어가 전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모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집계다.
다만 차나나가 보호될 것으로 본 업종 가운데 메모리 관련주는 시간외 거래에서 다르게 움직였다. 13일 밤(미국 동부시간, 일요일) 시간외 거래에서 반도체 전체를 담은 아이셰어즈(iShares) 반도체 ETF(SOXX)는 2.8% 내렸다. 메모리 전용인 라운드힐(Roundhill) 메모리 ETF(DRAM)는 5% 내려 낙폭이 더 컸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도 각각 3.9%, 4.5% 빠지며 반도체 전체 낙폭과 비슷하거나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시간외 등락은 야후 파이낸스(스톡트윗츠)가 집계한 것이다.
참고한 자료
- Bloomberg — Anthropic's AI warning may weigh on chip stocks, but trade seen intact
- 비즈니스 스탠다드 — 블룸버그 기사 라이선스 전재본
- Yahoo Finance(StockTwits) — MU, SNDK, INTC, AMD: Chip Stocks Slide After Anthropic Calls For AI Industry Slowdown
- CNBC — Wall Street firm believes the AI stock market boom is 'nearing an end'
- 247wallst.com — Michael Burry Says the AI Buildout Is Repeating 2008
- The Telegraph(야후 파이낸스 전재) — Silicon Valley's attempt to slow AI race triggers surge of suspicion
- Investing.com(The Information 전재) — OpenAI burned $3.7 billion in first quarter of 2026
- Yahoo Finance(블룸버그 인용) — Anthropic's Q2 Revenue Overtook OpenAI for the First Time
- Tom's Hardware — Big Tech's AI spending plans reach $725 billion
- 네이버 증권 — 코스피 지수
- Investing.com — 지수 선물



